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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니묄러의 시의 재해석, 원문은 존중해야 한다.

언어이야기 | 2008.09.19 09:50 | Posted by Namu(南無)

제가 자주 인용하는 글 중 하나인 마르틴 니묄러의 시가 있습니다. 많이들 읽어 보셨죠? 이 시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습니다만, 2차 세계 대전 후 니묄러슨 이것을 여러 용도로 사용하며 선동에 씁니다.

"네가 지금 함께 일어나지 않으면 너가 당할 것이다!"라는 뜻으로 말이죠.

저는 그 시를 현재 우리 상황, 특히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의 입장으로 빗대어 처음엔 카페, 다음은 아고라, 그리고 블로거를 숙청한다.라는 글을 썼습니다. 그 글에서 저는 이 시를 바탕으로 몇 개 단어를 바꾸어 자유를 부르짓는 시를 썼습니다. 그런데, 블로그를 보다 보니 어느 선동글이라고 하며, 어딘가 인터넷에서 떠도는 시(?)를 인용한 글을 보았습니다.

2mb는 우선 비정규직을 핍박했다.  
나는 비정규직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다음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민노당을 핍박했다
나는 그 어느 당원도 아니기에 침묵했다.  
다음엔 방송과 언론인을 핍박했다.  
나는 방송인도 언론인도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핍박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므로 침묵했다.
다음엔 불교신자를  핍박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2mb는 우선 건강보험을 민영화 시켰다.
나는 건강했기에 침묵했다.
다음에는 뉴라이트를 지원했다.
나는 알지 못하기에 침묵했다.
다음에는 수돗물을 민영화 시켰다.
나는 알지 못하기에 침묵했다.
다음에는 대운하를 파기 시작했다.
나는 알지 못하기에 침묵했다.
다음에는 복지예산을 삭감했다.
나는 알지 못하기에 침묵했다.
다음에는 사학을 지원했다,
등록금이 천만원이 넘었지만 나는 대학생이 아니므로 침묵했다.

다음엔 나에게 왔다.
나는 비정규직이 되었고, 나는 노동조합원이 되었고, .
나는 줄어든 복지예산에 절망했고 올라간 물가에 고통스러워 했다,
나의 자식은 등록금을 내지 못했고 나의 노모는 아파도 병원비가 무서워 치료를 받지 못했다.
독도는 다케시마가 되었고 수돗물세는 폭등했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를 위해 나서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들 역시 ...
내가 그랬던것 처럼 그들역시 무지했고.  
내가 그랬던것 처럼 침묵했기 때문이다. 

- 마르틴 양양이-

참으로 암담하더군요. 원문의 간결한 구조. 단 다섯문장으로 이루어지며 기승전결을 이루는 구조를 무너뜨리고 더불어 쓸데없는 주석까지 덕지덕지 붙어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독자의 자유를 망가뜨린 이상한 글이 되어있었습니다. 더 이상 원문이 가지고 있는 간결함도 없고 심지어 원문이 가지고 있는 선동의 효과조차 잃어버린 어이없는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암담하더군요. 각 문구의 사실 여부나 그런 것과 무관하게 글로써 빵점입니다. 그러다보니 마나™님은 그 글에서 "몇 개는 2mb를 노무현으로 바꿔도 말이 되는"이라면서 "원작을 조져먹은 수준 이하의 선동글인지 잘 보여준다"고 비난하였습니다.

저 역시 동감입니다. 시에서의 간결함과 비유는 중요합니다. .특히 원문이 제3제국 나치스의 핍박을 다룬 시란 점에서 이 시는 존중 받아야 마땅하며, 재해석하거나 인용하여 사용한다면 글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처음엔 카페, 다음은 아고라, 그리고 블로거를 숙청한다.에서 2차 세계 대전의 '그들'2009년의 '그들'을 빗대어 시를 바꿔 쓴 것이 있습니다.

이명박은 우선 대책회의를 숙청했다.
나는 대책회의가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다음엔 카페장을 숙청했다. 나는 카페가입자가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다음엔 사노련을 숙청했다. 나는 사노련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다음엔 아고라를 숙청했다. 나는 아고리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 한국의 좌빨 블로거 南無의 시

대책회의의 구속영장 발부. 불매운동 카페장의 구속.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의 체포. 그리고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논객의 구속. 이어지는 탄압에 이제 다음은 블로거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급하게 쓴 글이지만, 최소한 지킬 것은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글 재주가 뛰어나진 않은지라 글이 그리 매끄럽진 않습니다. 지금 보니 몇군데 고치고 싶지만, 이미 흘러나간 글이라 굳이 고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뿐입니다. 어떻습니까? 앞서의 줄줄 흐르는 선동글과 제가 쓴 선동시. 비교하면 다르다 느끼지 않습니까?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고 환기하기 위해 원전을 인용하고 재해석, 패러디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그 역시 또 하나의 창작이라 생각하고요. 저 역시 저런 문구를 생각하면서, 최대한 원문의 느낌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글이 나도는 걸 보니 가슴이 아픕니다. 시민들에게 경고를 주고 관심을 끄는 것도 좋지만, 원문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woorinews.tistory.com 황우 2008.09.19 1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오랜만이네요. 반갑습니다.

  2. Favicon of http://dominion.tistory.com 주천사 2009.01.14 17: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릴 때에는 근거 없는 선동이었는지 몰라도 지금(9년 1월)에 와서는 대부분 맞는 것 같은데요.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취직 후 일종의 연수 기간에 해당하는 기간도 늘렸죠.
    노인분들은 최소 월급보다 적게 주도록 하려 하고 있구요.
    국회에서는 아예 대화 자체를 포기한 상태고요.
    방송과 언론을 한손에 틀어잡고자 미디어법을 거의 우격다짐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고요.
    보험과 수도물 민영화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지만 시도는 계속 있었지요.
    복지예산 삭감도 사실입니다.
    총액면에서 보면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만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당장 일선의 사회복지기관이나 저소득층에게 가는 금액이 팍 줄어들었습니다.
    운하는 이름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시도되고 있지요.
    최근에는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도되고 있더군요.
    저거 쓰신 분이 누군진 몰라도 길에 돋자리 깔고 앉아도 되지 싶습니다.

    • Favicon of http://studioxga.net Namu(南無) 2009.01.14 18: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내용을 따진 건 아니고 '형식'을 따진 겁니다. 원전의 형식미를 살려주자는 거죠. 저 글을 처음 보았을 때 기준으로도 틀린 이야기는 하나도 없으나, 원문처럼 간결한 맛을 살려주자는 이야기입니다.

    • Favicon of http://dominion.tistory.com 주천사 2009.01.15 23: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그랬군요.
      제가 잘 못 이해했나 봅니다.
      저의 경우 형식미라든가 하는 것을 잘 몰라서 그 쪽은 이야기하기 힘드네요.
      답글 감사드립니다.

  3. 지나가다 한마디 2010.08.18 01: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인장은 시인입니까??
    형식이 뭐가 그리 중요한거죠??
    원문을 중시해야하는 한다는건 학계에서나 할 얘기지
    님이 쓴 시나 저위에 시나
    별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요??
    어차피 같은 목적의 내용인 건 마찬가지이고
    이 블로그는 시사를 다루는 블로그 아니였던가요??
    왜 형식을 강조하시는지 납득이 안되네요,
    왜 원문이 유명해졌고 왜 사람들의 머리속에 남아있는지를 모르시지 않으실텐데요??

    • Favicon of http://studioxga.net Namu(南無) 2010.08.23 22: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시인만이 형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학계에서만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참으로 심심할 겁니다. 누구든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문이 잘 쓰여진 글이고 그 간결함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지나치게 이야기를 끌어서 그 맛을 죽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쓴 글입니다.